한라산의 고려장
신선의 놀이터로 이름난 한라산은 뭇 사람들이 선망하는 신성한 산이었다. 불로장생을 희구하는 인간들은 한라산에서 절경을 즐기며 영생하는 신선이 그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한라산에 가서 신선이 되기를 열망하게 마련이다.
이런 때문에서인지, 옛날 제주도에서는 노인이 70세가 되도록 살면 이 사람은 신선이 될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70세가 되는 날, 그 아들이 여러 가지 맛이 있는 음식을 차리고 어버이를 한라산으로 모셔 갔었다. 한라산 정상에 올라가 이 음식을 차려놓고 어버이를 앉혀두고 오면 그날로 신선이 되어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풍속은 조선조 때까지 내려왔다 한다. 세종때 기건(奇虔 )목사시절이었다.
어느날 이방이 목사에게 아뢰었다.
“내일은 아버님이 신선이 되는 날이어서 일을 보지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신선이 된다는 말인고?”
신선이 되는 날이어서 아버님을 한라산의 정상, 백록담에 모셔갔다 와야 하겠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고했다.
목사는 이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음, 그러면 내가 옥황상제에게 편지를 한 장 써 보낼 터이니, 아버님께 전달해 주시도록 부탁해 줄 수 있을까?”
“예, 어렵지 않습니다.”
목사는 자그마한 봉투 하나를 넘기며 아버님의 가슴에 꼭 품게 해서 소중히 가져가 넘기도록 했다.
이틑날 이방이 등청하자, 목사는 옥황상제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중히 가슴에 품겼는가를 확인했다. 그랬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한라산으로 올라가 보게. 아버님이 신선이 되어 잘 오르셨는지.”
이번엔 이방을 따라 목사도 같이 올라갔다. 신선이 되도록 아버지를 앉혀 둔 자리에 가 보니, 거기엔 커다란 뱁이 한 마리 죽어 넘어져 있었다.
목사는 그 뱀을 잡아 배를 보도록 했다. 배 속에는 이방의 아버지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방, 잘 보게. 내 옥황상제에게 보낸다는 편지는 편지가 아니라 독약이었네. 이래도 신선이 되어 올라간다는 말을 믿을 건가?”
그 후부터 70세가 된 노인을 한라산에 버리는 풍속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널리 분포하여 전승되는 고려장 이야기가 한라산과 기건목사에 결부된 것이지만, 이렇게 결부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라산은 신성한 산이요. 신선이 와서 유람하는 산이라는 고래의 신앙이 이 이야기를 한라산에 결부시켜 놓은 것이요. 기건 목사의 현명성을 보여주기 위해 뱀에게의 공희(供犧)이야기로 결말을 맺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