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관련 신문사설(조선,동아,중앙선데이,한겨레,경향)
일본과 군사情報 협력,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정부는 26일 한·미·일 3국 국방부 간 '정보 공유 약정(約定)'을 체결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유 대상 정보는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에 국한되며,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어떻게 공유할지는 앞으로 추가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약정은 국회 비준이나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한 협정이 아니라 3국 국방부 간 약속을 문서화하는 성격의 것이어서 29일 국방 차관들이 서명하는 것만으로 즉시 발효된다.
한국과 미국은 1987년 군사비밀보호협정을 맺어 비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2007년 같은 내용의 협정을 맺었다. 3국 약정이 체결되게 되면 이 협정들에 근거해 한국 국방부는 일본 방위성이 요청하는 정보를 미 국방부를 통해 제공하게 되고, 일본 방위성도 반대의 경로를 통해 한국 국방부에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한국 정부는 2년여 전 일본과 양국 간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다 국내 여론 악화로 서명 2시간 전에 취소했었다. 당시 정부는 국무회의에 비공개 긴급 안건으로 올려 처리하는 변칙을 쓰다가 '비밀 협정' 비판을 자초했다. 군사 대국화로 치닫는 일본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에 3국 약정으로 격을 낮추고 공유 대상 정보도 모든 군사 정보가 아니라 북한 핵·미사일 정보로 제한한 것은 이런 비판을 피하려는 우회(迂廻) 수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3국 약정은 미국의 주도로 올 4월경부터 본격화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주도했느냐가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과연 필요한지 여부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의지를 사전에 억제하고 사후적으로 신속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
3국 간 약정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 단계에서부터 요격에 이르는 과정의 정보 일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일본의 정보 능력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및 미사일 탑재 능력이 계속 증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정보 협력 필요성은 점점 커져왔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이런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꺼림칙해하는 대목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번에도 뭔가 감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 말 없다가 일본 언론이 보도한 다음에야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마지못해 시인하더니 서명을 불과 사흘 남겨놓고 발표했다.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서명 일자를 미루더라도 국회에 공식 보고한 다음에 하는 게 뒷말을 없애는 데도 낫다.
한국은 2001년 러시아와 정보보호협정을 맺었고 2012년엔 중국에도 제의해 놓은 상태다. 그렇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이번 약정에 대해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미국의 MD(미사일 방어) 체제로 편입하는 길을 열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반대자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먼 훗날 이번 3국 간 군사 정보 약정이 잘못된 선택의 첫발이었다는 평가를 듣지 않도록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조선일보)
北핵·미사일 감시하려면 韓美日 정보 공유 불가피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한국 미국 일본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약정(MOU)을 29일 체결한다. 북의 군사적 모험주의가 동북아시아의 최대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국익과 실리에 맞는 일이다. 국가안보는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서 공동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고 또 현실적이다.
일본은 정찰위성과 전략정찰기, 이지스함 등을 통해 북한의 핵 실험장과 미사일기지,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의 동향을 정밀하게 추적해 대북감시 능력 면에서 한국보다 앞선 부분이 있다. 한미연합 정보력에 일본의 첨단 정보력이 더하면 북한의 도발의지 억제뿐 아니라 유사시 즉각적인 대응이 보다 용이해진다. 국방부는 미일이 최첨단 장비로 수집한 특급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경우 북의 핵, 미사일에 대한 감시 능력이 최소 5배 이상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보 면에선 실리가 큰 사안인데도 정부가 조약 대신 약정이라는 낮은 수준의 합의 형식을 택한 것은 2012년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일본과 포괄적으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통과시켰다가 밀실처리라는 비난에 서명식 직전 체결을 연기했다. 이번 약정은 민감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한일 양자 간 정보 교류가 아니라 한미, 미일 양국 정부 간 기존 협정을 근거로 정보를 공유해 신뢰성을 높이고 공유 비밀도 국제법상 보호받도록 했다. 그런데도 야당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집단적 자위권 도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는 한미일 정보 공유가 불가피한 한반도 안보 지형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한미일 약정에 반발할 공산도 없지 않다. 중국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중 관계에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북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해 중국에 당당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2006년 10월 첫 핵실험 이후 8년이 지나면서 북은 핵탄두를 소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상당히 확보했고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일이 그에 맞서 자위적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자국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외세가 간섭할 수 없는 주권 문제다.
(동아일보)
안보에 국민정서법 따질 만큼 한가롭나
국방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29일 체결키로 한 데 대해 논란이 많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하다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꼼수로 되살려 놓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2년 전 ‘국민정서법’에 걸려 접었던 사안을 슬그머니 부활시키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 간 협정에 의한 공식적 교류 협력이 아니라 양해각서 형식을 빌렸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비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추진 절차나 형식이 아니라 우리의 안보이익에 대한 고려다. 국가안보라는 핵심적 고려 사항을 국민감정이라는 잣대로 재단해선 곤란하다. 우경화로 우리를 자극하는 일본이 밉다고 해서, 아베 신조 정부와는 어떤 협력도 할 수 없다는 자세는 냉엄한 국제 현실을 감안할 때 백치(白痴) 짓이나 다름없다.
최근 들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란, 그리고 이번 3국 정보교류 약정에 이르기까지 안보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정치 갈등이나 감정 싸움에 휘둘리는 양상이다. 이는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보는 어디까지나 안보의 논리로 따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한·미·일 3국 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합리적인 안보적 의사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하고도 중대한 위협이다.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떠한 안보정책보다도 높은 우선순위에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3국의 정보 교류와 안보협력 강화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과 정찰위성, 전략 정찰기를 통해 얻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는 우리의 안보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물론 복받친 반일감정 해소가 선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들은 이번 약정이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도와주고, 한국의 미국 MD(미사일방어) 체제 편입을 재촉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약정은 본격적인 군사협력이 아니다. 낮은 수준의 협력이다.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우리의 ‘안보 그물망’을 하나 더 치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정국에서 ‘친일’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중단하도록 이명박 정부를 압박한 바 있다. 그 결과 하필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일에 정부가 외교관례를 깨고 협정 체결을 취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년이 지난 지금 여론 눈치 살피며 안보 이슈에서 비실비실 물러서는 모습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중앙선데이)
‘꼼수’로 가득 찬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가 29일 체결할 예정인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2012년에 무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우회로’적 성격을 지닌다. 국가 간 협정이 아니라 군 당국 간의 각서 체결 형식을 취했고, 한-일 간 직접 정보 교환이 아니라 미국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이다. 공유하는 정보의 대상도 한-일 협정과는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에 국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변경사항에도 불구하고 이 약정은 근본적으로 한-일 정보보호 협정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우선 2012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밀실 추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국방부는 애초 “국민과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약정 체결을 불과 사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말았다.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구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사정보 교류를 양해각서 형식으로 체결하는 것도 국회 비준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정부의 일본에 대한 자기모순적 태도는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아베 신조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 결정 등을 통해 군사대국화의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군사정보 교류는 결국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아베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항의 표시로 2년째 한-일 정상회담마저 거부하고 있는 정부가 오히려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통해 그들의 군사대국화 정책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양해각서 체결의 명분은 안보 증진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실익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일본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에 대한 회의적 평가도 그렇지만 자칫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 더욱 깊숙이 발을 담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약정 체결은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KAMD)와 미·일 주도의 미사일방어 체계의 연동으로 3국 간 ‘엠디 공조 체제’의 첫걸음을 여는 조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3국 간 군사정보 공유를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 간주해 반발하고 나설 경우 오히려 한반도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도 확보하지 못하고, 안보 효과도 불확실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구태여 강행할 필요가 있는지 참으로 의문이다.
(한겨레신문)
3각 군사동맹 우려되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국방부는 어제 한국, 미국,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약정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3국의 국방차관이 29일 서명하는 이 약정은 한국이 북한 군사정보를 미국을 통해 일본에 제공하고, 일본은 미국을 통해 한국에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을 매개로 한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2012년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다 여론의 반대로 좌절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비교된다. 협정은 한·일 간 직접 포괄적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반면, 약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 공유로 국한하고 있다. 협정과 달리 약정은 국회 비준을 받지 않는다. 내용도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협정을 우회하는 이점은 공론화 없이 정부 내부 절차로 조용히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3국 군사정보공유 약정을 투명하게 추진한다는 정부의 다짐을 무색하게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싱가포르 3국 국방장관 회의에서 약정 추진을 밝혔지만 이후 진행 과정을 공개한 적이 없다. 정부가 한·일 협정을 우회해 국회와 시민의 논의를 피하려는 것은 그만큼 이 약정이 국회와 시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약정이 협정 때와 같은 문제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협정의 포괄적 군사정보의 핵심이 곧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란 점을 고려하면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한국이 연계된다는 협정의 문제점 역시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편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3국 간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공유가 그 첫 단추가 되리라는 것은 이미 널려 알려진 일이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을 자국의 미사일방어망에 편입시키려 줄기차게 노력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과 상호 운용할 것을 요구해온 것도 그 일환이다.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를 반대했던 미국이 수용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한국이 3국 군사정보공유 체제에 참여한 대가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만일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에 이미 편입된 일본과 함께 한국이 묶인다면 장차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체제로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3각 군사동맹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잠재적 적으로 삼는 일이다. 자칫 한반도 주변을 한·미·일의 ‘남방 삼각’ 대 북·중·러의 ‘북방 삼각’ 대결이라는 냉전시대 구도를 재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정부는 한반도 주변에 대결구도를 짤 때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구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