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우리 아름답게 늙어요

똥맹돌이 2008. 1. 5. 20:02

"우리 아름답게 늙어요"

 

늙은이가 되면

미운 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릴랑 하지도 말고

조심조심 일러주며 설치지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어수룩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이기려하지마소. 져 주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고마워해요.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을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하오.

옛 친구 만나거든 술 한잔 사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푼 줄 돈 있어야

늘그막에 내 몸 돌보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나?

빈손 공치사일랑 아무런 소용이 없소. 우리끼리 말이지만 사실이라오.

옛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잘난체일랑 하지를 마소.

우리들의 시대는 다 지나갔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봐도 이 몸이 마음대로 되지를 않소.

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 나의 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든지 좋게 뵈는 늙은이로 살으시구려.

자식은 노후보험이 아니라오. 해 주길 바리지 마소.

고집하지 말고 시새움도 하지 마소.

당황하지 마소. 성급하지 마소.

뛰지 말고 넘어지지도 말고

감기에도 걸리지 말구려.

의리를 찾지마소.

수중에 가진 돈 없고 내 한몸 아플작시면

그 누군가 제몸처럼 날 돌볼까.

아프면 안되오. 멍청해도 안되오.

늙었지만 바둑도 배우고 기체조도 하시구려.

속옷일랑 날마다 갈아입고 날마다 샤워하고

한 살 더 먹으면 밥 한 숟갈 줄이고,

또 한 살이 더 먹으면 또 한 숟갈 줄여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시구려.

듣기는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소.

어차피 삶은 환상이라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사시구려

(최인식 할아버지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