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자료

중국과 베트남 영유권 갈등

똥맹돌이 2014. 5. 31. 16:23

중국과 영유권 놓고 티격태격 등거리 외교도 안먹혀 어쩌나

집중분석 월드이슈-안보 위협 가중되는 베트남

 

 

 

中, 원유시추 장비 설치로 베트남 자극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외침으로 고초를 겪어 온 베트남이 다시 높아지는 안보 위협에 휩싸이고 있다. 베트남은 최근 중국과 해상 영유권 분쟁이 악화되면서 중국 국방 책임자로부터 경고성 발언을 듣고 있다. 1991년 중-베트남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최고조의 긴장 상태가 전개되고 있다.

 

풍 꽝 타잉 베트남 국방장관은 지난 19일 미얀마에서 열린 중-아세안 국방장관 회담에서 창완취엔(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은 역사를 존중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하며 같은 잘못을 반복해 큰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으름장을 들었다. 타잉 장관은 이에 대해 “베트남의 당·정·군은 중국과의 단결과 우의를 매우 중시하며, 베트남군은 국면을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양국 국방장관 사이에 오간 이런 대화는 도를 넘는 수준으로 이해될 수 있다. 호사가들은 양국이 물리적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중국은 1979년 2월 17일 인민해방군 십만 명을 동원해 베트남을 기습 공격했고, 1988년 난사군도 해상에서 충돌한 적이 있다. 아직은 양국 간 전쟁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양국 관계가 얼어붙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악화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중국의 연이은 강수이다. 중국이 지난 1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파라셀(중국명 시사,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 원유시추 장비를 설치하면서 이번 일련의 사건은 시작됐다. 양측은 해상에서 군함, 어선을 동원해 충돌하거나 물대포를 쏘는 실력저지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에 시추 작업을 시도하다가도 베트남의 항의를 받으면 이를 중단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베트남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반중 시위가 확산돼 3∼4명의 중국인이 숨지고 수천 명의 중국인이 자국으로 대피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서도 베트남 정부가 과격 시위를 내버려뒀다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의 강경 행동은 미국-중국의 대결과 연결돼 있다. 중국은 미국의 재균형 정책이 자신을 포위하기 위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한 팡펑후이(房峰輝)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펜타곤에서 마틴 뎀시 미국 합참의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면서 주변국들이 이를 기회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국이 이번에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은 2013년 12월 존 케리 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가 돈독해진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에 고속 초계정 5척 등 모두 1800만 달러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공개했다.

 

둘째는 베트남이 이런 미-중 패권 경쟁 와중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이다. 필리핀은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육상으로 중국과 경계선을 마주 보고 있고, 해상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유일한 국가이다. 중국과의 마찰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동남아 국가의 대부분은 미-중 대결에 대해 어느 한쪽을 편드는 입장을 자제하는 가운데 필리핀은 예외적으로 미국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여기에 최근 들어 베트남도 미국, 일본, 필리핀에 다가서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중국은 판단하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인 중앙 텔레비전은 지난주 열린 제4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를 중계방송, 시진핑 중국 주석이 각국의 대표를 영접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이들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 3개 국가의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을 삭제했다. 이날 회의에서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제3국을 겨냥한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지역의 공통안보를 유지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 필리핀과 각각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만 베트남과는 군사동맹 국가가 아니다. 베트남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중국의 눈에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비치고 있다.

 

 

전쟁 가능성 낮지만 양국 관계 냉랭

 

 

셋째, 베트남은 중국의 강한 압박 앞에 놓이게 되었는데도 약소국이 국가 안보에서 바라는 동맹국의 혜택을 갖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베트남은 특정 국가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지 않다. 베트남이 베트남 전쟁과 중월 전쟁에서 미국에 승리를 거두고 중국의 침략을 막아낸 자신감이 일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그동안 주변 강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와 차별을 두지 않는 등거리 외교를 벌여왔다. 중국과는 2011년 12월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리커창 총리도 2013년 10월 베트남을 방문했다. 이에 대한 답방으로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도 2013년 6월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들 정상 간의 회담에서는 남중국해의 유전과 가스전을 공동 개발하는 등 영유권 분쟁의 합리적 해결을 합의한 바 있다.

 

베트남의 등거리 외교는 전략적 요충지인 캄란 만을 어느 국가에도 군사시설로 개방하지 않겠다는 방침에서 확인되고 있다. 캄란 만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군항으로 사용했고, 공산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러시아가 2002년까지 해군 기지로 이용했다. 이곳은 남중국해 입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항구로서 천혜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열강의 진출 선호지역이다.

 

국제기구·국가, 베트남 입장 옹호 시큰둥

 

 

베트남은 오늘날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면서 양쪽 모두에서 국익을 챙기기를 내심 바랐지만, 안보적 위기에 몰려 있다. 중국의 분쟁 수역 석유시추 작업에 대해 국제기구와 다른 국가가 베트남의 입장에 동조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편에 확실히 선 필리핀은 수빅 만에 미군의 재진입을 앞두고 있고, 중국과 충돌을 벌이고 있지만 안보 위기로 치닫고 있지는 않다.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는 최근 필리핀을 방문해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중국의 공세에 대해 공동 대응할 것을 합의했다. 그러나 베트남은 전체 수입품의 28%를 중국에서 들여와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수입의존도는 일본(21.7%), 필리핀(13.0%)보다 높은 수치여서 중국에 대한 베트남의 행동에 제약을 주고 있다. 베트남의 안보적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정치학 박사

(5.29일.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