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설)
억류 미국인 석방, 북·미 대화 촉매제 되길
북한이 남은 미국인 억류자 2명을 지난 주말 전격 석방했다. 한 명이 지난달 석방된 데 이어 나머지 2명도 모두 풀려남으로써 북·미 간 현안 중 하나였던 억류자 문제가 해소됐다. 3명 모두 북한에 들어갔다가 ‘반(反)공화국 적대행위’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체포돼 복역 중이거나 재판을 기다리던 상태였다.
이 시점에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전원을 전격 석방한 배경과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집권층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강력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유엔에서 발의돼 다음달 총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제스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겨냥한 유화책이란 분석도 있다. 남은 억류자 석방을 위해 미국이 내민 카드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이었다는 점도 북한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클래퍼 국장은 중앙정보국(CIA)·국방정보국(DIA)·국가안보국(NSA)·연방수사국(FBI)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미국의 ‘정보 총책’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일 정보보고를 하는 그가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간 것이다. 그런 만큼 단순히 억류자 석방 임무만 맡았을 것으로 보긴 어렵다. 모종의 메신저 역할을 겸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미 정부는 억류자 석방이 순수한 인권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까지는 북한과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억류자 석방 조치로 북·미 관계를 가로막아 온 걸림돌 중 하나가 제거된 것은 사실이다. 중간선거 참패로 레임덕 위기를 맞은 오바마로서는 외교 문제에서 ‘레거시(업적)’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의 핵능력은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제2의 고농축우라늄(HEU) 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는 정보분석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북·미 간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억류자 석방이 북·미 대화의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기사)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 성사시킨 클래퍼 국장은 누구?
-CIA 등 16개 정보기관 지휘하는 국가정보국 국장
-오바마 대통령에게 매일 아침 ‘일일 정보 보고’
-‘클래퍼 카드’, 북-미 모두에 실리와 명분 제공
북한 내 미국인 억류자 석방을 위한 특사는 지금까지는 주로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들이 맡았다. 북한이 최고지도자가 사면권을 행사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국가 원수급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직이긴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사죄를 하러 북한을 방문하는 것을 대내 홍보용으로도 활용했다.
그러나 이번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이 그 역을 맡았다. ‘클래퍼 카드’는 북·미 모두에 실리와 명분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미국 쪽은 전직 대통령을 피함으로써 북한이 이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또 실제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국무·국방장관을 보낼 경우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반면에, 클래퍼 국장은 정보를 담당하는 만큼 북한의 현안을 잘 알면서도 이런 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또 미국은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 정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클래퍼 국장이 북한 고위급 관리들과의 면담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다.
북한 쪽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현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직 대통령보다 훨씬 영향력이 큰 정보기관 최고책임자를 불러들였다는 실리를 챙겼다. 클래퍼 국장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 지휘하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매일 아침 일일 정보보고를 하는 인물이다. 북한 관련 정보도 그가 최종 판단을 하는 위치에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클래퍼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북한 상황과 관련한 조언이 가능한 최고위 인물”이라고 말했다.
‘클래퍼 카드’가 선택된 것은 미국이 전직 대통령을 특사로 보내고 싶어도 보내기 어려운 현실적 사정도 작용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억류자 석방 외에 평화협상의 메신저 자격이 부여되면 갈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두고 있어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북한과 관계가 너무 좋지 않아 거론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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