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안보정세분석

휴전선 총격전 관련 신문사설(조선,한겨레,중앙)

똥맹돌이 2014. 10. 11. 11:00

-조선일보 사설-

NLL 이어 기관총 도발, 北의 관계 개선 약속 거짓이었나

북한이 10일 경기도 연천의 접경 지역에서 우리 측 민간단체가 대형 풍선에 달아 하늘로 띄워 올린 대북 전단을 향해 14.5㎜ 고사(高射) 기관총을 발사해 낙탄(落彈) 일부가 민간인 통제선 일대 우리 군부대 주둔지와 연천군 면사무소 등에 떨어졌다. 북이 대북 전단을 직접 공격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우리 군은 이에 맞서 12.7㎜ K-6 기관총 40여발을 대응 사격했다. 그러자 북 전방 초소(GP)가 우리 측 방향으로 사격했고 우리 측도 개인 화기 등으로 응사했다고 한다. 사소한 불씨가 언제든 대형 충돌로 번질 수 있는 휴전선 일대에서 남북 간에 직접 교전(交戰)을 방불케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7일에도 북한군 경비정 한 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남북 함정이 2009년 '대청 해전(海戰)' 이후 처음으로 함포와 기관포 사격을 주고받았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의 실세 3인방이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지 일주일도 안 돼 북은 서해 NLL과 휴전선 일대에서 연쇄 군사적 도발을 저질렀다. 말로는 남북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군사 도발을 서슴지 않는 북의 실체가 또 한 번 드러났다.

북은 그간 전단 살포 중지를 요구하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식의 위협을 거듭해왔다. 북은 대북 전단을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 김씨 왕조의 사치와 인권유린, 남측의 경제 번영 소식 등이 담긴 전단이 북 주민 손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북은 전단 살포를 우리 정부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실제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최근 전단 살포 자제를 공개 요구하고 이날도 현장에 정부 관계자가 직접 나가 만류했다. 그러나 북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민간단체의 자발적 활동을 정부가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37일째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미 당국은 김정은이 과(過)체중과 통풍(痛風) 등으로 정상적 활동은 힘들지만 북한 권력 내부에 이상 징후나 중대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김의 건강 악화설 등 각종 추측과 소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북 내부 정세도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민감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북의 일거수일투족에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냉철하게 북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 정치권과 민간단체 역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

‘전단살포’ 문제로 총격까지 벌인 남북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이 총격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선 상황이다.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북쪽이 10일 오후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여러 발의 고사총을 발사한 것은 과잉 대응이다. 공중을 향해 쐈다고는 하나 결국은 남쪽으로 사격을 한 것이어서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우리 군은 수십 발의 기관총 사격을 했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또한 과잉 대응일 수 있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는 등 국지전 상황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남북 사이의 긴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7일 오전에는 연평도에 가까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남북 함정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최근 도발과 유화적 모습 등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고 했으나, 북쪽은 거꾸로 남쪽을 비난하고 있다. 북쪽은 8일 총격전에 항의하는 내용의 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내오기도 했다.

북방한계선과 전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쪽은 지난달부터 남쪽이 남북 관계를 풀려는 의지가 있다면 전단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사실상 대북 전단 살포를 방관하고 있다는 게 북쪽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 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가 10일 보수 성향 단체에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는 했으나 힘이 크게 실린 것은 아니었다. 대북 전단에는 북쪽 정권이 보기에 자극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달 초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쪽 실세들의 전격적인 남쪽 방문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는 뚜렷한 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등 전선이 더 확장되는 양상마저 나타난다. 이번 ‘전단 총격’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대립 구도로 남북 관계를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쪽은 지속적으로 대화 공세를 펴고 있고, 우리 정부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긴장 요인을 줄이고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사안마다 서로 치고받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상황에 휘둘리기가 쉽다. 상대를 배려하고 있다는 의도가 느껴져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

 

-중앙일보 사설-

북한, 대화 무드 깨는 군사 도발 중지하라

북한이 10일 오후 경기도 연천 북쪽에서 대북 전단(삐라)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 10여 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이 K-6 기관총 40여 발을 비무장지대 내 북한군 초소(GP)로 대응 사격을 하면서 남북 간에는 총격전도 벌어졌다. 북한군이 쏜 탄 일부는 전방 민간인 통제선 내 군부대 주둔지 인근 등지에 떨어졌다. 북한군이 쏜 탄이 우리 지역에 떨어진 것은 2010년 연평도 포사격 이래 처음이다. 군은 연천 일대에 국지도발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북한이 민간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고사총을 발사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북한의 고사총 발사로 지난 4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고위 대표단 방남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도 미묘해졌다. 북한군은 지난 7일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경비정 한 척이 NLL을 넘어왔다가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10여 분 만에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남북 함정은 함포와 기관포 사격을 주고받았다. 함정 간 교전은 2009년 11월 대청해전 이래 처음이다. 북한 실세들의 방남으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 대화 무드가 다시 대치 국면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살얼음판의 평화는 남북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연천 지역 사격은 탈북자 단체 등이 이날 대북 전단과 미국 달러, CD 등을 담은 풍선을 날리면서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각종 매체를 동원해 “대북전단을 보낼 경우 원점을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9일에는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남측이 이번 삐라 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가 지게 될 것”이라며 “북남 관계가 다시 파국에 처하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대북 전단 살포 단체에 전화로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북측 고위 인사의 방남 이후 모처럼 재개될 남북 대화에 찬물 끼얹는 전단 살포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특정인과 특정 단체의 활동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그러나 대북 단체들이 남북 관계가 외줄타기를 하는 상황에서 전단을 꼭 살포해야 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남북 관계의 대승적 견지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

남북은 북한 대표단 방남 당시 이달 말~11월 초 제 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한 바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북한 최고기구인 국방위원회 간 채널도 구축됐다. 북한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사항을 협의해야 한다. 군사적 위협이나 도발로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역풍에 직면할 뿐이다. 우리도 대화의 불씨를 꺼트려서는 안 된다. 남북 간 소모적 대치의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평화의 틀을 구축하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