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안보정세분석

미국의 대북추가제재 관련 신문사설(동아, 중앙, 한겨례)

똥맹돌이 2015. 1. 6. 12:32

추가 제재, 對北접근 속도 한미공조 되고 있나

미국의 北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인권 침해, 사이버 테러 등을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북한이 김정은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데 대해 미국은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 지목한 정찰총국 등은 모두 이전부터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따라서 이번 명령은 북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상징적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백악관이 “이번이 첫 번째 조치”라며 미국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해 향후 북-미관계는 더 냉각될 공산이 크다. 무기 거래와 관련된 금융제재에 이어 김정은을 포함한 모든 북한 고위 관료의 해외자산을 동결시키면 파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북이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발끈한 ‘인터뷰’는 작품성이나 예술성과 거리가 먼 영화다. 국제사회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김정은을 욕설과 성적 코드가 난무하는 저속한 패러디로 야유하는 데 그쳤다. 북한은 김정은의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해 사이버 도발이라는 무리수를 뒀다가 미국이 제재를 예고하자 “미국 본토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흥분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북-미관계는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모처럼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압박 강화로 돌아섰다면 한국이 북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정은이 우리에게 대화 신호를 보내면서 한편으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의 중단을 요구한 의도를 한국 정부는 잘 헤아려야 한다. 북한 문제에서는 북측의 속셈과 전술을 정확히 분석하고, 남북관계와 국제관계 틀 속에서 전략적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도 동맹 관계인 한미가 대북 접근 방식과 속도에서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니 해킹에 이어 미국 연관설이 나돈 북한 인터넷의 ‘먹통’ 사태, 이번 대북 제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저급한 코미디 한 편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지 않도록 북은 더이상 악수(惡手)를 두지 말아야 한다. 한미도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국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북 제재 등에서 더욱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정부, 미국의 대북 제재 슬기롭게 대처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북한의 정찰총국 등 단체 3곳과 개인 10명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북 제재를 발동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한 해킹과 테러 위협으로 영화 ‘인터뷰’ 개봉이 취소된 데 따른 조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연말 휴가를 마치고 새해 업무를 개시한 첫날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사건을 미 본토에 대한 직접 공격으로 간주할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 총괄기구인 정찰총국과 노동당 간부들을 제재 대상으로 못박은 건 핵과 미사일은 물론 사이버 공격 등 어떤 형태의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로 북한이 볼 피해는 실질적으론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워낙 고립된 체제인 데다 이미 광범위한 제재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2년 남은 임기 안에 대북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강력히 원해온 북한으로선 갈 길이 더 멀어진 셈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아버지 김정일의 3년 탈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자신의 시대를 열어가려 하고 있다.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건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제재 해제를 통해 고립과 재정난에서 벗어나려는 승부수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최고 존엄 사수’를 위해서라면 사이버 테러도 불사한다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의 꿈이 실현되기란 불가능하다. 북한은 도발과 핵개발 대신 남측과 대화하는 것만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접근할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오기 바란다.

정부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한·미 공조를 튼튼히 유지하면서 모처럼 찾아온 북한과의 대화 기회를 살려가는 묘책을 강구해야 한다. 남북대화가 미국의 대북 압박 실효성을 반감시키는 대신 북한의 도발 중단과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게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와 남북관계의 앞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 시도를 영화화한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사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대규모 해킹을 당한 데 대한 대응 조처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조선단군무역회사 등 세 기관과 이란·시리아·중국 등에 주재하는 북한 관계자 10명에 대해 미국 안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봉쇄하는 조처를 취했다.

앞으로 북-미 간의 대응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대북 강경책으로 북-미 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도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북 모두 새해에 즈음해 공개적으로 관계개선 의지를 강하게 밝힌 터여서 미국의 갑작스런 대북 추가제재 조처 발동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추가제재를 두고는 강온 양면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소니사가 해킹을 당한 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후속 행동이고, 이번에 제재 대상으로 오른 세 단체가 이미 미사일·핵 문제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성에 무게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이 북한 정부 및 노동당 관련 인물들의 불법행위 적발 시 언제든지 추가제재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는 점, 인권 문제를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은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미 기업에 대한 사이버공격과 인권 문제를 처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도 주목할 요소다.

이번 제재는 여러모로 2005년 9월 6자회담 당사국 간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단계적 접근에 합의했던 9·19 공동선언 채택과, 그즈음에 미 재무부가 제기해 6자회담을 2년 가까이 파탄으로 몰고 갔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세탁 사건과 닮은 면이 있다. 미국의 조처에 따라 한반도 문제, 남북 문제가 얼마든지 그들의 입맛대로 제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조처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적절한 대응”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문답을 통해 소니사 해킹 사실을 부인하며 “미국의 제재는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남북 모두 반응을 피할 수는 없는 사안이지만, 발언자의 격이나 내용에서 문제의 확대를 바라지 않는 절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남북이 진정 올해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를 뚫고 전진할 수 있는 과감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남북이 주도적, 창의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강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게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