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미래 50년 동반자’로서 과거사 반성할 용기 없나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손잡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고 제의했다. 기념사에는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며,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는 미국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더든 교수의 발언도 인용됐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미 역사학자들의 집단 성명을 주도했던 더든 교수의 지적을 새겨야 할 사람이 바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광복 7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는 한일 양국에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다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한일 관계를 10점 만점에 3.85점이라는 최악의 상태로 평가했다. 두 나라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2월 이후 장기간 정상회담을 하지 못하는 것은 동북아 안정과 두 나라의 경제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집권 2년이 넘도록 관계개선을 하지 못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올해를 허송하지 말기 바란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서울에서 열린다. 회담이 잘되면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중일 정상은 올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한다. 특히 아베 총리의 4월 방미와 미 의회에서의 연설 여부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일의 화해를 독려하고 있어 그의 중재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회동을 결심하는 시나리오도 기대된다. 아베 총리가 미국에서 세계를 향해 과거의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용기를 낸다면 한중일은 화해로 가는 돌파구를 열 수 있다.
미국은 아태지역의 안정을 위해 일본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은 지난달 27일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한중일 관계를 언급하며 “민족 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셔먼 차관의 발언은 미국의 전체 기류와는 다르지만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 침해라고 했다. 과거사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으로 접근해서는 한중일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동아일보)
"역사는 취사선택해 기억하는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 50년의 한·일 동반자 관계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어제 발표한 3·1절 96주년 기념사에서 “일본이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손잡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의 역사 인식 변화를 전제로 광복 70주년과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한·일 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어제 박 대통령의 3·1절 연설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새롭고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다. 종군위안부 문제에서 역사 교과서까지 한·일 간 현안을 차분하게 짚었을 뿐이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태로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함께 기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번 3·1절 기념사가 양국 관계에 물꼬를 트는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빗나갔다. 일본 측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먼저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긴 어려웠을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태평양 전쟁 종전 70주년을 맞아 미국을 방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추진하고 있다. 종전 70주년 담화도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연설이나 담화에 군국주의적 침략의 역사에 대한 확실한 반성과 사죄의 메시지를 담을지는 미지수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그런 메시지가 전제되지 않는 한·일 간 미래 50년의 동반자 관계는 불가능하다.
독일의 진정한 사죄와 반성으로 프랑스와 독일은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새로운 유럽 건설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용기 있고 진솔한 행동이 전제돼야 한다. 박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인용한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의 말마따나 역사는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서신 교환 등 이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협의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하면서 “더 이상 남북대화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경축하는 공동행사를 통해 민족화합과 동질성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형편이 나은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금강산관광 재개나 5·24 조치 해제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24개 국정 핵심과제 중 하나인 남북 간 통로 개설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중앙일보)
답답한 삼일절 경축사
올해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주년, 한·일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그래서 더욱 올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삼일절은 그해 들어 가장 먼저 열리는 경축일이라는 점도 있어 그동안에도 한 해의 국정, 그중에서도 특히 대일,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북한·일본과 전혀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터였다.
한마디로, 올해 삼일절 기념사는 좋게 말해 원칙론의 되풀이이고, 나쁘게 말해 현안 문제를 풀어갈 전망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 답답함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실전 문제집을 들고 머리를 싸매도 시원찮을 판에 교과서만을 뒤적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일본 문제에서 박 대통령은 “일본이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손잡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를 바란다”며 일본에 대해 ‘선 역사 반성-후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그 전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오히려 올해는 이전에 없었던 ‘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 시도’ 등의 표현을 추가하는 등 대일 비판의 강도가 지난해보다 세졌다.
박 대통령의 대일 인식이 원칙론에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 원칙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 하는 실천적 측면에서 보면 갑갑하기 그지없다. 반면, 미국과 중국, 일본은 과거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관계 개선을 촉구하거나 촉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최근 공개연설에서 “어느 정치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일본을 두둔하고 한국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중국과 일본은 지난해 2년 반 만에 정상회담을 재개한 데 이어 4월에는 4년 만에 안보대화를 할 예정이다. 한-일 간에도 역사 문제의 중요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른 문제를 전진시키는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산가족 상봉, 스포츠·문화·예술 교류, 역사 공동연구, 철도 재개 등을 잡화점처럼 다시 늘어놨지만, 핵심은 신뢰프로세스를 말하면서도 신뢰를 만들지 못하는 데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인식만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런 얘기밖에 할 수 없도록 보좌하는 참모들의 책임이 더욱 크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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