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안보정세분석

이란 핵타결 관련 신문사설(중앙, 동아, 한겨레)

똥맹돌이 2015. 4. 8. 19:16

이란 핵 타결로 시험대 오른 한국의 외교 역량

12년 이상 끌어온 이란 핵 문제가 마침내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의 마라톤 협상이 어제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다. 6월 말로 예정된 최종 시한까지 추가 협상을 통해 기술적인 세부 사항을 채워 넣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됐던 주요 쟁점들은 대부분 해소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특별성명에서 밝힌 대로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역사적 합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핵 비확산 역사에 획을 그은 성공적 협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2002년 8월 이란의 반(反)정부단체가 군사적 목적으로 이란 정부가 우라늄 농축시설을 비밀리에 가동하고 있다고 폭로함으로써 시작된 이란 핵 문제는 국제사회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다.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내세운 이란과 핵무기 개발을 의심하는 이스라엘의 첨예한 갈등 속에 군사적 충돌 위험이 고조되면서 중동과 세계 정세 불안이 가중돼 왔다. 그러나 2013년 이란에 협상파인 하산 로하니 정부가 출범하고, 외교적 ‘치적’을 의식한 오바마가 ‘외교를 통한 해결’ 노선으로 돌아서면서 협상의 전기가 마련됐다.

양측은 이란의 핵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했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우라늄 농축시설의 대부분을 폐기 또는 폐쇄함으로써 현재 2~3개월인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 제조를 결심한 시점부터 핵 물질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 1년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란은 연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저농축 활동은 계속할 수 있게 돼 ‘핵 주권’ 수호라는 명분과 함께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적 실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명분과 실리의 적절한 조화다.

이제 국제사회에 남은 핵 확산 문제는 북한 핵 문제뿐이다.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와 이란 핵 협상 타결에 이어 북핵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오바마는 외교적 ‘대업(大業)’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이란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데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 의회의 반대도 큰 장애물이다. 최종안을 완성하고, 그걸 토대로 의회를 설득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더구나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벗어나 세 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한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다. 북한은 핵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핵 무력 증진과 경제 발전의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2·29 합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오바마 행정부의 체면을 짓밟은 전례도 있다. 북한을 믿고 협상을 재개하기에는 정치적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 뒤에 숨어 팔짱을 끼고 있는 동안에도 북한 핵무기에 들어갈 핵 물질은 계속 쌓여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고,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아시아 회귀’의 명분으로 북핵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바뀐 느낌이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됐다고 북한 핵 협상 동력이 저절로 살아날 상황이 아닌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마저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북핵 위협의 당사자인 한국이 나서야 한다. 미국·중국·러시아는 6자회담의 당사국이면서 이란 핵 협상 참가국이기도 하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을 계기로 정부는 이들과 긴밀히 협의해 7년째 중단 상태에 있는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 접촉을 통해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한국은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라면서 한국의 처지를 강대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보는 패배주의적·자기 비하적 시각을 경계했다. 오바마에게 말해 본들 씨도 안 먹힐 것이라는 생각으로 북핵 협상 재개 노력조차 해보지 않는 것이야말로 패배주의적이고 자기 비하적인 태도 아닌가. 북한 핵을 바꿀 수 없는 상수(常數)로 인정하고 값비싼 무기를 들여와 막을 궁리나 한다면 그것은 외교력 부재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란 다음은 북한이란 각오로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할 타이밍이다.

(중앙일보)

 

 

이란 핵 타결 후 홀로 남은 북핵, 정부 해법은 뭔가

북한 핵 문제는 최근 타결된 이란 핵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게 많아 국제사회의 압박이 집중된다고 해도 해결이 쉽지 않다. 북한은 이번 이란 핵 협상과 비슷한 제네바 합의를 1994년 미국과 했으나 몰래 핵 개발을 했고, 핵무기와 핵 계획 포기에 관한 6자회담 및 9·19공동성명 등 비핵화 합의도 여러 차례 깼다. 세 차례나 핵 실험을 한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핵 전쟁 위협까지 서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보다 창의적이고 다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으나 ‘북핵 불용’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구두 경고한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정부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한국이 구상하는 ‘코리아 포뮬러’라는 방안을 놓고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5자 간의 탐색적 대화를 먼저 여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고 하지만 큰 진척은 없다.

이란이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 협상에 나온 것처럼 정부가 북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유엔이 대북 제재를 해도 중국이 북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면 북은 절박한 협상 의지를 갖지 않을 것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모든 것을 잃을 것이고, 핵을 포기해야만 살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협상이 성공할 수 있다.

이란 핵 협상 타결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에 밝히고 “협상으로 경제 제재를 풀겠다”고 국민을 설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핵 협상을 시간 끌기용으로 악용했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이 로하니와 같은 실용적 판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고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모든 채널을 통해 북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중국 러시아와의 대북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동맹인 이스라엘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협상을 타결지었다. 앞으로 북-미 간에 핵 협상이 진전될 경우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미 소통과 외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 김관진 대통령안보실장이 주도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김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조속히 열어 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NSC는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든 기구다.

(동아일보)

 

‘이란 핵 합의’ 이후 한국의 ‘북핵 외교’

역사적인 ‘이란 핵 합의’ 이후 북핵 문제가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뒤 “이란과 북한은 매우 다른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이란 핵 문제와 북핵 문제를 연결짓는 질문과 답변이 공개적으로 오가는 것 자체가 두 문제의 상관성을 잘 보여준다.

물론 이란 핵과 북한 핵 문제는 두 가지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란은 핵무기를 아직 개발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일정 수준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또 이란은 원유 수출 제한 등 외부 세계의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발휘하는 상대적 개방사회인 반면, 북한은 외부 세계의 경제제재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폐쇄 경제체제다.

그러나 난해한 핵 문제를 협상 관련국들이 서로 주고받기를 통해 외교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은 2008년 12월 마지막 6자회담 이후 6년 넘게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핵 협상에도 큰 교훈을 준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난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란 핵 협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반발은 그보다 덜하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협상 의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지금 미국은 북핵 문제에 이란 핵협상에서 보인 것만큼의 의지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이 밝혔듯이, 북한의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대화 재개의 선행조건임을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 쪽에서 북핵 해결이나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재개의 동력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곤경을 겪고 있는 우리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곤경을 겪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도 남북 사이의 긴장이 완화된다면 쉽게 피해 갈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란 핵 합의 이후 우리 정부가 보이고 있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란 핵 합의를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어떤 의지나 움직임도 찾을 수 없다. 이런 태도로는 지난해 말부터 미·중·일·러를 발품 들여 찾아다니며 모색했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탐색적 대화’도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풀어줄 수 없다’는 자세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