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 할망과 한라산
옛날 옛적 선문대할망이라는 할머니가 있었다. 이 할머니는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우면 다리가 제주시 앞 바다에 있는 관탈섬에 걸쳐졌다 한다. 이 할머니는 빨래를 하려면 빨래를 관탈섬(또는 楸子島)에 놓아 발로 밟고, 손은 한라산 꼭대기를 짚고 서서 발로 문질러 빨았다 한다. 또 다른 이야기에는 한라산을 엉덩이로 깔아 앉아 한쪽 다리는 관탈섬에, 다른 한쪽 다리는 서귀포시 앞바다의 지귀섬(地歸島 또는 大靜邑 앞바다의 馬羅島)에 디디고 구좌읍 소섬(牛島)을 빨래돌로 삼아 빨래를 했다 한다.
이렇게 키가 너무 커 놓으니, 할머니는 옷을 제대로 입을 수가 없을 것이 뻔하다. 그래서 할머니는 속옷 한 벌만 만들어 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했다. 속옷 한 벌을 만드는 데는 명주 백동(1동은 50필)이 든다.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준다는 말에 제주 백성들은 있는 힘을 다하여 명주를 모았으나 99동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속옷을 만들다가 완성하지 못했고, 할머니는 다리를 조금 놓아가다가 중단해 버렸다. 그 자취가 조천읍 조천리와 신촌리 앞바다에 있다 한다. 바다에 흘러 뻗어간 바위줄기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거대한 여신이니, 한라산쯤은 거뜬히 만들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속옷은 없어도 치마는 입었던지, 이 여신은 치마폭에다 흙을 가득 담고 지금의 한라산이 있는 자리로 운반해 갔다. 치마는 헌 것이어서 치마폭의 터진 구멍으로 흙이 조금씩 새어 흐르니, 그것이 도내(道內)의 많은 오름(小火山)이 되고 마지막으로 날라간 흙을 부으니, 바로 한라산이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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