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전설.신화

한라산의 아흔아홉골

똥맹돌이 2015. 7. 16. 13:47

한라산의 아흔아홉골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는 경승은 영실기암만이 아니다. 한라산 서북쪽 밑, 곧 제주시 海女洞境, 천백도로 가에 「아흔아홉골」이란 산이 있으니, 이 또한 색다른 풍치의 경승이다. 이 산은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마치 밭고랑처럼 무수히 뻗어 내린 기봉이다. 이 밭이랑 같은 기봉마다에는 갖가지 수림이 울창한데다 형형색색의 기암괴석이 저마다의 모습을 뽐내며 솟아있고, 골짜기마다에는 언제나 맑은 물이 한가히 흐른다. 그 골짜기가 하도 많으니, 아흔아홉 개가 있다 해서 이름을 「아흡아홉골」이라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골짜기가 하나만 더 있어 백 골이 되었더라면 제주에도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가 날 것이고 장군이나 임금 같은 인물이 날 것인데, 한 골이 모자라 아흔아홉 골 밖에 안 되므로 맹수도 안 나고 인물도 안 난다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아득한 옛날, 이 골짜기는 본래 백 골이 있었다 하고, 그 때에는 많은 맹수가 나와 날뛰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때엔가 중국에서 스님 한 분이 건너와서 백성들을 모아 놓고 너희들을 괴롭히는 맹수를 없애 줄 터이니 "대국 동물대왕 입도(入島)"라고 큰 소리로 외치라고 했다. 그랬더니, 기이하게도 모든 맹수들이 이 백 골에 모여 들었다.

스님은 불경을 한참 외고 나서,

"너희들은 모두 살기 좋은 곳으로 가라. 이제 너희들이 나온 골짜기는 없어지리니, 만일 너희들이 또 오면 너희 종족이 멸하리라."

맹수를 향해 소리치니, 호랑이·사자·곰 할 것 없이 다 한 골짜기로 사라졌다. 그 순간 그 골짜기도 없어져 버렸다. 그 후 이 산은 아흔아홉 골 밖에 되지 않았고,


따라서 제주에는 맹수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은 호랑이 사자 같은 맹수가 아니 나게 되자, 제주에는 왕도 큰 인물도 아니 나오게 되어 버린 것이다. 선문대할망이 그 대충을 창조한 이래 어린 숱한 사연을 남기며 한라산은 점점 완성되어 갔다. 오늘의 웅자(雄姿)와 신비(神秘)의 절승(絶勝)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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